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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리뷰

연극 [후회하는 자들] 후기

by 솜트 솜트 2019.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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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라면 항상 같은 형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웃기거나

재미있고 신나는 연극들을 자주 봐 왔는데 이렇게 정적인 

연극은 처음이었다.

 

성 소수자, 게이, 성, 성전환 수술, 성기, 낙태, 임신 등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연극의 형식은 정적인 실제 다큐를

각색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연극이 어떻게 정적인 형태를 띠고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정말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들어가면 나오는 예쁜 건반 ㅋㅋㅋ
신기했던? 동상..?

연극 [후회하는 자들]은 스페이스111의 소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촬영을 하는 감독 역할의 배우와 올란도,

미카엘이라는 두 명의 성전환 수술을 경험한 배우가 등장한다.

연극의 형태만 두고 말한다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배우 김주혁, 이미연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내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었고, 초반의 흥미를 더 돋운 것 같다.

미카엘은 1번의 성전환 수술을 하고, 후회를 하며 겉으로는 남자처럼

보이게 하고 다녔고, 올란도는 무려 두 번의 성전환 수술로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다시 남자로 돌아왔다.

 

다큐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너무 정적인 느낌이 있었고,,

조금은 민감한 소재를 이야기해서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연극이 상영되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조금 졸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대사의 전달력이 좋아서 더 집중하면서 봤던 것 같다.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정확한 내용을 말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워서

살짝 덜어내고 말하면,, 올란도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과 

올란도와 미카엘이 젊은 시절에 여자를 임신시킨 경험이 있었다고

한 부분은 좀 많이 놀랐었다.

음.. 이 부분은 연극을 꼭 봐야 이해가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헉- 했던 부분이었다..

 

코미디처럼 재밌거나 반전이나 큰 힐링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평소 많이 이야기하지 않는 성전환 수술이라는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생동감있게 풀어낸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하게 하는 연극을 좋아하거나, 실제 성 소수자인 사람들에게

이 연극을 추천하고 싶다.

소소한 재미와 울림이 있는 연극이다.

 

사실 나 조차도 말로는 이성, 동성 간의 연애는 모두 같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는 이성간의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더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동생이나 부모가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온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했던,,

마음이 조금은 쓸쓸해지던 연극이었다.

연극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들렸던 카페에서 한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만약 내가 성 소수자였다면 나는 성전환 수술을 결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수술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만약 후회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되돌아가는 2차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

수술을 두려워하고 변화를 꺼려하는 나로써는 그들이 너무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들은 본인의 사상과 생각에 결정을 내릴 줄 아니까.

후회한다고 한들 시작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많은 걸 얻는다고 하지 않는가..

항상 생각만하고 행하는 데에 오랜 시간을 쓰는 나이기에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또, 나의 부모님조차도 나와 동생이 만약 성 소수자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딱히 크게 티 내지는 않았지만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셨다.

이게 내가 이성애자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부분인지,, 참 어렵다.

 

우리나라에 많은 성 소수자들이 있고, 실제로 동거하는 커플도 많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 만큼,, 동성애 커플의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대가 찾아올 수 있을까.

모두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든 사람의 취향이나 마음은 정말 타고나는 것이기에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부드러워졌으면 한다.

이렇게도 춥고, 여러모로 힘든 세상에 서로에게 말로 칼날을 휘두르지 말고,

부디 서로 좋은 말들과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건

어떨까 싶은 밤이다.

 

모두 행복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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